[국내]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좋다, 고슴도치섬 위도 4/27
Bundo Shin님의 글 공유18탄입니다~!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첫째날]
섬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은 것이 얼마만이든지요.
섬의 모양이 고슴도치를 닮았다 하여 고슴도치 위자를 써서 위도라고 부르는 섬입니다.
제 나름의 섬여행은 일단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돕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심한 섬은 허벅지가 뻐근해 집니다.
다행히 위도는 자전거 타기가 참 좋은 섬입니다.
이제 서해 중간까지 올라와서 그런가요?
남쪽에서 봤던 나무들도 덜 보이고 산의 식생도 달라보입니다.
난온대림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들도 잘 보이지는 않고 당산에서만 보입니다.
위도는 보통의 섬과는 달리 움푹 들어간 지형이 많습니다.
그 안에 해변이 있고 사람들의 삶터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변을 돌고 섬의 남쪽 끝 전막리에 들어서니 띠뱃놀이 전수관이 보입니다.
무형문화재로 등록이 되었다고 하네요.
매년 정월 초 3일이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보여서 산신과 마을신과 용왕신에게
굿을 하고 제물을 바치면서 한 해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했던 마을의 축제이고 제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축제의 주도자인 무당이 산에서 굿을 시작하면서 마을로, 그리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제사가 산에서 시작될 때 마을 사람들은 띠풀, 짚, 싸리나무 등을 엮어 띠배를 만들지요.
길이 3m 너비 2m. 그리고 안에는 제물과 함께 7개의 허수아비, 돛대, 닻을 만들어서 배 모양을 갖춘다고 합니다.
원당에서 제물을 바치고 마을의 산을 돌고 바다에서 용왕굿을 하고 띠배를 띄워 보내 제물을 바다에 바친다지요.
풍요롭고 다치지 않고 안녕하기를 바라는 공동체의 기원이 낏든 축제입니다.
이런 마을을 지나는데 꼬맹이들이 해변가 정자 옆 운동기구에 매달려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참 솔직하지요?
어디서 왔어요? 왜 왔어요?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질문이 쏟아지고 정자 위에 올라와서 뛰면서 여기서 놀다 가라네요.
ㅋㅋ 굿 걸스! 보이즈!
저는 해질 녘이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어느 분은 쓸쓸하고 아득한 시간이라는데
저는 오늘 하루를 마쳐가는구나 싶어 안도의 시간이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낙조를 보고 있자면 더할 나위없이 침묵 속에 빠져듭니다.
해질 녘 시간은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같이 놀다가 자전거 타고 좀 더 가니 앗싸! 바닷길이 열렸습니다.
위도 옆의 작은 두 섬, 작은 딴지도 가는 노둣길이 열렸습니다.
신기해서 걸어 들어가니 마을에서 나온 할머니, 아주머니께서 호미로 바닥을 끍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위도에 들어올 때 매표소 제 앞에서 멋있게 주민표 하나 주세요. 하셨는데 어찌나 멋있던지요ㅡ.ㅡ
주민표! 아까 그분이셨네요.
가까이 가서 뭘 캐시냐고 여쭈니 바지락 캐고 있다,
어떻게 오셨냐? 혼자 오셨냐? 혼자 올 나이는 아니신거 같은데? 라고 하십니다.
아마도 상처하고 홀아비가 됐을 나이는 아닌거 같은데? 라는 뜻일테지요?저 원래 비혼입니다.
가톨릭 신부이거든요. 하니 눈이 똥그래치면서 신부님, 저는 세실리아에요. 하시네요.
여기 위도초등학교 교장이에요.
아이코. 일정을 물으시는데 내일 망월봉에 가려고 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니 오늘 달이 떴으니 당장 망월하러,
달 보러 야밤에 산에 가자십니다.
아이코 선생님! 저녁 먹어야 되는데요.
교장실로 오라고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라고ᆢ
성금성금 밥 차려 주셨어요. 민들레 쌈에 바지락쑥국입니다.
그리고 당장 산에 가자십니다. 세실리아 교장쌤^^~~~
졸지에 야간산행을 나섰습니다.
보름달 가득한 위도의 최고봉 망월봉에서 항구를 바라보니 아늑한 평화를 새삼스레 느낍니다.
위도초등 교장선생님의 힘든 일, 기쁜 일, 버킷리스트ᆢ 듣고
썰물에 해무질 구경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어제 위도의 밤은 몸이 녹초가 된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밤이기도 했습니다.
세실리아 선생님의 평화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번 여정은 전북의 섬과 충남의 섬을 돌고 대구로 돌아가려고요.
격포에서 가는 위도를 오늘 나왔고 이제 대천에서 장고도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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