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해안사구에서의 사색의 시간, 가의도 4/30
Bundo Shin님의 글 공유21탄입니다~!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넷째,다섯째날]
날씨가 변화무쌍입니다.
어제 가의도에 들어갈 때는 약간 비가 날려서 걱정이 되었는데요.
섬에 도착해서 섬의 정상을 향하니 날이 갭니다.
아주까리 밑에 앉아 투덜대던 요나처럼 하늘이 흐리고 갬에 따라 여행자의 기분도 덩달아 출렁거립니다.
섬에서 산을 가다 보면 가끔 길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길인 듯 아닌 듯하지요.
일단 길인 듯하여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길이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거개가 짐승들의 길일 경우가 많습니다.
고라니와 야생화된 염소가 다닌 길이지요.
길이 옅어질 때 즈음 이 길은 사람의 길이 아니라
짐승들의 길이라는 걸 깨달을 때는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경우입니다.
슬프게도 짐승이라도 된 양 숲속에서 헤매다가 능선을 향해 올라갑니다.
그리고 짐작해서 길을 찾아 나갑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그런 경우가 있는데 가의도에서의 길이 그러했습니다.
가의도는 옛날 중국에서 가의라는 사람이 이 섬에 피신하여 살아서 가의도라고 불렀다고 하기도 하고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의 가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여 가의섬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뻥을 좀 붙이자면 맑은 날 중국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중국의 산둥반도와 가까이 마주 보고 있습니다.
가의섬에 들어서면 좁은 오르막 주위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늘밭입니다.
작은 땅이라도 공간이 있으면 마늘을 심어놨습니다. 섬인데도 바다 일보다는 마늘이 우선인 느낌입니다.
오히려 낚시꾼들이 더 자주 왔다 갔다 하네요. 육쪽마늘의 원산지가 여기 가의도라고 합니다.
섬이 어찌 마늘의 원산지가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중국에서 마늘이 가의도를 통해서 한반도에 전해졌으려나요?
어쨌든 섬은 육지보다 서늘하여 병충해가 덜합니다.
그리하여 여기 가의도에서 재배된 육쪽마늘의 모종과 씨앗들이
가까이 태안으로 옮겨져서 재배된다고 하니 마늘이 주 작물은 분명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태안의 마늘이 궁궐에 진상이 되기도 했다지요.
그런데 사실 가의도는 산 정상도 그렇지만 섬의 북동쪽 끝 신장벌 해변이 가의도 기행의 키포인트입니다.
소나무와 소사나무가 많아 섬에서 소솔길이라고 붙인 예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안 절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갑자기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리고 언덕 위에 서면, 이 언덕이 해안사구임을 눈치채게 됩니다.
높이가 수십 미터나 될 법한 바닷가 모래언덕이죠.
얼마나 많은 바람이 모래를 이렇게 큰 언덕으로 만들어 놨을까요?
얼마나 많이 시간이 이 모래언덕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 줬을까요?
얼마나 많은 씨앗이 날아와서 이 모래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모래언덕 위에 서니 아래쪽 모래사장에 발자국이 있습니다.
누가 다녀갔나? 누가 왔었나? 생각하고 모래 사구를 내려가니 그 발자국의 주인은 고라니였습니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전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썰물 때 드러난 바위들은 정말 기묘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우뚝 서 있는 구멍 뚫린 큰 바위, 독립문 바위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구멍 뚫린 바위를 섬에서 대부분 독립문 바위라고 부르는데
좀 다양한 이름이 주어졌으면 좋았을 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립문 바위 앞의 작은 바위들과 돌들 위에 바다 고동이 새까맣게 붙어 있습니다.
바위를 디디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동을 밟지 않으려 애쓰면서 걸어가야 합니다. 작은 굴들도 그러하고요.
어찌 이리 훌륭할까? 라고 생각하며 독립문 바위 앞에 한참 머무릅니다.
하긴 남해의 사도라는 섬에 갔을 때 할머니들과 작은 어선을 타고 공룡들의 발자국을 만나러 추도로 들어가는데
옆에서 계속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여행을 왔다고.
참 내~~ 그 마음이야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닌데 사람이 예의라는 게 있지요.
자기보다 젊다고 함부로 말해도 되는 자유가 있는가요?
어떨 때 보면 나이가 든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게 아닌 경우들을 봅니다.
연세가 80이 넘으셔도 쉼 없이 당신 얘기만 하실 때 웃으며 들어드리기는 하는데 씁쓸하지요.
같이 자리에 앉은 상대의 안부가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상대는 어찌 지내고 마음은 어떠한지 물어볼 생각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이야기만 늘어놓으실 때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이분은 아직 어른은 못 되셨구나. 나이가 어리다고 어른이 아닌 경우도 없으며 나이가 많다고 어른인 경우도 없습니다.
오늘 공주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서다 입구에서 마주친 8~9살은 됨 직한 작은 어른을 만났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손을 마주 잡고 고개가 살짝 숙이며 눈인사를 건네는 어린아이였지요. 어찌 기분이 좋던지요.
이 친구의 부모는 어떤 분이실까? 이 친구와 함께 놀면 참 좋겠다. 생각이 그 짧은 순간에 스쳤습니다.
가르침은 지적하고 토 달고 훈시하는 게 아니라 인사를 건네고 말씀을 여쭙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함부로 가르치려고 덤비고 지적질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저에게는 그런 고약한 버릇이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말씀을 여쭙고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자세, 듣는 자세라고 해야 하나요?
저에게 부족함이 많음을 깨닫고 반성합니다.
듣는 마음이 모든 것이 시작이건만. 듣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고
듣는 것이 어떤 행동보다 우선임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청해서 잘 들어야겠습니다.
가의도를 벗어나서 다시 신진항에 돌아와서 차로 갈 수 있는 안면도에 들렀습니다.
안면도 성당에서 조배를 드리고 남쪽의 끝 원산도 해변에 들렀다 돌아 나왔습니다.
이 원산도와 대천을 잇는 해저터널이 올 연말에 완공이 된다니
그렇게 되면 이제 안면도는 완전히 섬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보령에서 해저터널로 안면도를 통해서 태안까지 연결되니까요.
다시금 안면도를 거슬러 올라가 태안으로 해서 대천까지 내려와 대전교구 미카엘 신부와 만났습니다.
미카엘 신부는 제가 신학생 때에 예비신학생으로 만난 학생입니다. 연구과 2학년, 부제반일 때 미카엘은 중3이었지요.
부리부리한 눈에 호기심이 많고 신학생들을 잘 따랐던 중3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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