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비교를 거부하는 독보적인 섬, 울릉도 5/9
Bundo Shin님의 글 공유22탄입니다~!
[분도님의 섬기행 시즌7 울릉도에서의 어느날]
역시나 울릉도는 울릉도입니다.
어느 섬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울릉도 만의 신비스러움이 가득합니다.
어느 분이 쥐라기 월드라고 표현하던데요. 영화의 그런 쥐라기 월드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지요.
울창한 숲에 바닥 가득한 양치식물들과 깊은 골에 들어서면
빽빽하게 깔려 있는 섬초롱, 명이, 부지깽이, 삼나물, 전호나물과 둥굴레까지.
지천에 먹는 풀들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울릉도의 산을 갈 때는 물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나물이 지천이니 목마르면 나물 뜯어 먹으면서 가면 되니까요.
초식동물이 되는 거지요.
올봄 초입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봄의 가운데 들어서니 계속 날씨가 좋질 못합니다.
특히 울릉도는 오기도 쉽지 않고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천혜 고도입니다.
그래도 5월에는 나름 날씨가 좋아서 오고 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올해는 계속 바람이 불고 바다 날씨가 좋질 않습니다.
배가 결항되기 일쑤이고 들고 나더라도 시간이 무시로 바뀝니다.
오전에 뜨는 배가 새벽으로, 오후에 나가는 배가 밤으로 시간이 옮겨지기도 하고요.
이전에 다니던 배였던 선플라워호가 선령이 다 되어 퇴역하고 난 뒤,
요즘 다니는 배들은 선플라워호보다 가볍고 작은 배들입니다.
여러 척이 강릉이나 후포, 동해, 포항에서 다니기는 하는 모양인데
배가 작고 가벼우니 파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속도도 약간은 덜 나갑니다.
시간은 더 걸리고 멀미는 더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섬사람들의 염원은 울릉 공항도 공항이지만 배가 좀 더 큰 배가 다니는 것입니다.
비행기야 어차피 바람 센 날은 날질 못할 테니 배라도 좀 크면 훨씬 낫지요.
하루 이틀 사흘 … 어느 날 문득 성경의 글자가 눈앞에서 싱싱한 생선처럼 펄떡펄떡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적혀 있는 글씨가 아니라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
예레미야, 이사야 예언자들이 내뱉은, 심장 속에서 타오르는 뜨거운 말씀,
그것을 간직하기 힘겹다는 수천 년 전의 그 말씀들,
바오로 사도의 탄식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쌍날칼처럼 날카롭다는 고백이 이런 것임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천부는 저에게는 마음의 고향입니다.
말씀 안에 살아계시는 하느님을 만난 자리였으니까요.
단지 경치가 좋고 제 첫 본당이라서 고향 같은 것뿐만이 아니라 말입니다.
제 마음의 고향에 오니 참 푸근하고 좋습니다.
바람과 공기, 맑은 파도와 하늘 가득 메운 별들,
수평선 뒤로 사라지는 태양과 아련한 구름,
그리고 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섬고로쇠나무, 솔송, 섬잣나무, 나도밤나무와 아름다운 꽃들과 친구가 됩니다.
사실 울릉도는 바다보다 산과 숲이 더 가깝습니다.
남해나 서해의 바다들은 물이 들고 날 때의 표시가 분명하여
물이 빠지면 저기 먼 곳까지 들어가서 걸어볼 수도 있지만, 울릉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이 시작되는 곳 바로 아래가 바다 낭떠러지라서 쑤욱~ 내려가거든요.
그래서 파도의 힘이 서해처럼 분산되고 약해져서 연안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힘이 셉니다.
바다가 가깝지만 먼 곳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 울릉도에 도착해서 화요일에는 나리분지 에덴의 숲길(제가 붙인 이름이에요)과
깃대봉, 알봉 둘레와 용출소를 돌았습니다.
수요일에는 나리분지에서 바로 산으로 올라가서 저동으로 내려가는 옛 고갯길, 나리장재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은 저도 처음 걸어본 길인데요.
어찌나 깊고 아름답든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울릉도의 숲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곳입니다.
화요일 : 나리분지 숲길 → 깃대봉 → 용출소 → 나리분지
수요일 : 나리분지 → 장재 → 천두산 → 저동초등학교
지금은 새롭게 일주도로가 뚫려서 태하령 길로 차가 다니지 못하게 폐쇄되었지만
제가 울릉도에 살 때만 해도 북면 천부에서 도동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태하령 고갯길뿐이었습니다.
천부 부임 첫날 선착장에 천부성당 교우들이 마중을 나왔었지요.
같이 도동에서 점심을 먹고 교우들은 성당 봉고차에 타고 저는 아벨라 제 차를 몰고 천부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구암마을에서 태하령을 넘어야 하는데 봉고차가 사람들을 많이 태워서 힘을 못 냅니다.
그래서 제가 뿌왕~하고 추월해서 태하령 고갯길로 먼저 올라섰지요.
그때 총무님이 따라와서 하시는 말씀! “신부님, 성당 봉고차보다 먼저 가시면 안 됩니다. 뒤에 오세요~”
저는 성당에 도착해서야 그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성당에 교우들이 먼저 도착해서 부임하는 신부를 맞이해야 하는데
제가 교우들보다 먼저 도착하면 환영하고 맞이해 줄 사람이 없거든요.
그 길을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목요일에는 태하령 옛길에서 남양 남서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그 고갯길에는 천연기념물 50호로 지정된 솔송나무, 섬잣나무, 나도밤나무 군락이 펼쳐집니다.
수백 년은 됨직한 나무들의 향연, 하기야 울릉도에 그런 숲이 없는 곳이 없다지만 어쨌든 원시림의 향연,
나무님들과 풀님들 속에서 저도 한껏 취해 봅니다.
목요일 : 태하령 옛길 → 태하령 고개 → 남서리 고분 → 남서리 일몰전망대
보통은 천부에서 성인봉을 가려면 나리분지에서 신령수 샘터로 해서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갑니다.
제 걸음으로는 신령수에서 계곡길까지 15분, 계곡길에서 능선까지 15분,
능선에서 샘터까지 15분, 샘터에서 정상까지 15분입니다.
그런데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생겼더라구요.
옛날에는 제가 보지 못한 길이었어요.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금요일에 올랐습니다.
형제봉 가는 길이더군요. 금요일은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형제봉으로 가는 길에 바람에 날려가는 줄 알았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