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봄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들썩이는 심신을 억누르는 현실은 봄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고, 봄날의 화사함 만… 하지만 세상 탓하고 지내기엔 지금의 순간은 너무나 아름답고 또한 안타깝습니다.
세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달은 어김없이 차오르고, 계절은 고맙게도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우니 저는 기꺼이 이 봄의 희망을 노래해야겠습니다.
지난주 며칠 전라도 남쪽 몇 곳을 전전하며 봄 기운 잔뜩 품고 돌아왔습니다.
보성 대원사엔 수선화가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했고, 고흥의 양지바른 길가엔 노란 개나리 물결이 점점 화사함을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00년 편백숲이라는 나로도 편백숲도 다음에 꼭 여러분과 함께 걷고 싶은 길입니다. 아직 일본의 하구로산이나 야쿠시마의 오래된 숲길만큼 신비감은 덜 하지만 그래도 어른 두 아름드리 이상의 나무가 즐비해 그 속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쉬어도, 느린 걸음으로 지난 여행을 추억하며 걸어도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지붕 없는 미술관”이란 표제를 내 걸 만큼 고흥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작은 섬들이 여럿 있습니다. 가고 싶은 섬 연홍도와 쑥섬(애도)이 대표적인데, 아무래도 4~5월의 봄날이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하모(바닷장어회)가 제철인 여름도 입맛 당기는 시즌입니다.
대원사로 들어가는 주암호수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벚꽃 길로, 오는 4월 벚꽃이 만개하는 순간 여러분과 달빛 걷기를 함께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거기서 보성읍으로 나오는 국도18번 메타세콰이어길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운치 있는지 자동차를 몰다가 멈춰서 한참을 서성이고 싶었습니다.
순간 앞으로의 국내 여행에서는 가능한 아름다운 길을 선택해 천천히 달려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도 갖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지리산 화엄사의 홍매화가 아직 여전해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애간장 실컷 태우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여수의 꽃섬 하화도는 4월이 좋다고 하니 그 때를 맞춰서 다시 내려갈 생각이고, 금오도 비렁길도 꼭 다시 걸어보고 싶습니다.
낭도막걸리, 개도막걸리, 여수생막걸리, 알고 보니 여수 밤바다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운 엄마 젖빛을 닮은 입에 딱 달라붙는 막걸리가 맛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라도 여행에서 밥집 찾아 전전하는 재미, 공기합 하나로 절대 끝낼수도 없고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의 무방비로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하루 빨리 여러분과 막걸리 한 사발 나누어 마시며 실컷 웃고 떠들며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합니다.
구경은 꽃구경, 싸움구경, 불구경이 이 세가지가 최고라는데 저는 맨날 꽃구경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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