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理春夢
봄날, 참 좋습니다.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더니만 여지없이 온 세상이 봄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남쪽은 이미 홍매화, 산수유, 제주의 개나리 까지 생동의 축복이 지천입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출근길 서울의 구석진 골목에도 산수유가 꽃망을 터트리기 시작했으니 이젠 온 세상이 화사한 물결로 채워질 차례입니다.
매일같이 누군가의 원성으로 큰소리 그칠 날 없던 시청과 광화문 거리도 오랜만에 평화로운 봄의 활기로 웃습니다.
마치 치열했던 전장에서 기적적인 성탄절 휴전에 들어간 1차대전의 군인들 처럼 말이죠.
봄의 절기는 대동강 물 뿐 아니라 오랜 코로나 사태로 경직된 사람들의 마음까지 녹여서 적어도 이 순간만은 평화롭고 행복합니다.
역시나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야 하고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사람들은 기꺼이 웃으며 기지개를 켜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봄 기운이 사람 사는 훈훈함으로 옮겨 붙어 더불어 살아갈 자양분으로 성장하고 세상은 더욱 서로를 위하게 됩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나른한 개구리가 봄날로 한순간 몸을 던지듯 신학기에 들뜬 아이들은 두꺼운 옷 한꺼풀 벗어 던지고 그 풋풋함 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로운 학교와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학교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조심스런 아내는 가까운 공원길로, 미스트롯 노랫가락으로 연명하던 옆자리 욘사마 형님도 누군가와 휩쓸려 구수한 봄의 산길로, 조용히 각자의 도시락을 끝낸 동료들은 청계천 희망의 봄길로 휴식을 나섭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잠시라도 편안한 안식처를 떠나 어딘가의 새로운 낯섬과 포근함이 오히려 위안이 됩니다.
떠나야겠습니다.
그게 어디가 되고 무엇을 하던 이런 봄날이라면 아무것도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맨날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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