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봄날 걷기 좋은 제주의 길, 샤려니숲길과 머체왓 숲길 (1)
“봄”의 어원을 빛, 볕, 해에서 찾고 고대 이집트어의 “초목이 오는 것”, “초목이 싹 트는 계절”의 뜻에서 유래했다는 해석에 저는 깊이 공감합니다.
또한 어떤 이는 “보다”, “바라다 봄”이라는 단어에서 봄을 유추하기도 하는데 지극한 봄날 어딘가를 한가로이 거닐며 초목들과 눈 맞추는 느낌이라서 마음에 쏙 듭니다.
지금의 이 계절에 제주로 떠난다면 걷고 또 거닐지 않고 어찌 배겨 날 수가 있겠으며 나른한 포근함이 묻어나는 도발적인 바람과 지천으로 피어난 꽃들의 향연을 어찌 나를 그곳에 내 던지지 않고서 그 황홀함을 감당하고 또한 헤어날 수 있을지요?
벌써 두번이나 뱃길이 허락치 않아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 추자도를 목적으로 다시 제주 여행길에 올랐는데 이번에도 추자도는 저와의 인연을 허락치 않았어요. 그리고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 계획했던 산행도 누군가의 블로그에 올라온 가파도 청보리 사진에 혹 해서 줏대 없이도 모슬포항으로 향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말았네요.
제주 푸른 바다와 향긋한 커피, 달콤한 스위츠를 추구하며 넘실대며 반짝이는 비경의 해안가만 걸어도 턱없이 아쉽고 부족한 제주여행에 무슨 왕도가 있을리 없지만 지금 이 계절, 4월의 제주 나들이라면 부디 비 오고 바람부는 심술궂은 날씨와 만나더라도 기꺼이 유채꽃길을 달리고 여린 신록의 숲길을 걸으며 그 어딘가의 발치에 서서 무던히 바라보며 깊이 숨쉬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봄날 제주의 솔직함과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이번에도 예고없이 훌쩍 지나고 슬쩍 걸어 보았던 몇몇 곳들이 아주 긴 여운을 남깁니다.
봄이 꿈틀대며 차가운 눈 속으로 영롱하게 떠올랐던 복수초의 입춘 순간부터 이미 떠나고 끝나버릴 안타까운 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던 그 사람은 다행이도 여전한 그 봄날을 달리고 있지만 매번 빗나가기 일수였던 기대했던 여행길처럼, 수 십년만에 일찍도 피어난 유난스런 지금의 봄날처럼,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힘겹게 지나고 있는 초유의 순간처럼, 부디 지금의 향기로운 봄날이 여름까지도 길게길게 이어져 “그해 여름은 봄날처럼 사랑스럽고 따스했지” 하면서 뒤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먹고 살짝, 점심 먹고 슬쩍 걷기 좋았던 제주의 사랑스런 봄 길 몇 군데 소개해 드립니다. 지금의 제주라면 꼭 어디를 가고 먹고 보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행복합니다.
한담 해안산책로, 언제가도 항상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슬쩍 발 담그고 제주 여행을 시작하기에 좋다.
신성한 행복의 숲, 샤려니숲길
해발 600m 내외의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샤려니 숲길은 최장 15km의 걷기 좋은 임도라서 혼자도 좋지만 서넛이 조곤조곤 속삭이며 나란히 걷기에 아주 좋습니다. 말 그대로 신성한 숲의 면모가 빼어나 걷는 내내 그동안 걸었던 세상 곳곳 아름다운 숲의 풍경이 조금씩 드러나 그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어요. 흔히 6월 산수국이 만개하는 시즌이 가장 아름답다고들 하는데…꼭 이때는 맞추기란 쉽지 않아요.
저는 가을과 여름에도 이 곳을 걸어 보았는데 계절과 날씨 따라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또 다르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서도 달라요. 결국 내가 걷는 그 순간이 제일 좋은거죠.
널찍한 임도와 연해 포근한 숲 속을 걸을 수 있도록 배려한 구간도 많아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천천히 여유있게 걷기 좋아요.
개나리도 벚꽃도 철쭉도 일찌감치 피었으니 산수국도 이제 머지않겠어요.
머체왓 숲길
머체는 “돌”이고 왓은 “밭”을 의미한다고 해요.
서어나무와 편백, 삼나무가 도열한 완만한 숲길과 목축용으로 쌓아 길게 늘어선 잣담(돌담)을 따라 올라 소롱콧이라는 용의 전설이 깃든 용암계곡을 걸어 내려오는 약 6km의 숲길입니다.
그야말로 제주의 사랑스런 숲과 지질공원의 멋, 지역색 짙은 옛 전통의 푸근함까지 함께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제주다움이 빛나는 멋진 곳이라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코스지만 표고차가 크지 않고 완만하니까 평소 근린공원 산책 정도라로 체력관리 하셨던 분이라면 누구나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고 중간에 쉴 공간도 잘 마련되어 있어 멍 때리며 앉아 있기 좋아요.
녹산로 유채꽃 도로, 봄비 내리는 추적한 날인데도 어쩜 이리 사랑스럽고 멋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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