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여수에 가신다면 꽃섬 하화도(下花島)
4월의 봄날 꽃 섬 여행이라면 지금의 세상에서 이만한 호사가 또 어디 있을런지요?
때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벼르던 하화도 꽃섬 여행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꼭 이것이라 할 특정 꽃의 절정이 아닌 우리가 흔히 남도 봄 여행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근하고 사랑스런 꽃들이 그야말로 섬 전체를 뒤덮어 잔잔하면서 아득히 반짝이는 푸른 봄 바다가 포근히 감싼 작은 포구마을과 주변 섬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말 그대로 행복의 꽃 섬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피해 인동장씨가 처음 이 섬에 입도할 즈음 섬 전체에 진달래와 동백꽃, 섬모초가 만발하여 꽃 섬으로 불리워지기 시작한 것이 하화도(下花島)의 시작이라는데 북서쪽 1km 해상에는 소의 머리 모양을 닮은 작은 상화도(上花島)가 존재하며 봄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경사진 섬마을은 마치 시코쿠의 예술섬 오기지마(男木島)를 닮아 그리움 마저 더합니다.
그리고 하화도 서쪽 끝자락, 6km 남짓의 꽃 길을 걸으며 만나는 장구도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허물어진 비현실 세계에 입체적으로 떠오른 신비의 섬입니다. 그 너머로 젖샘 막걸리가 흐르는 낭도가 있고 정월 보름과 2월 보름이면 바닷길이 열려 공룡이 발자국을 남긴 사도와 주변 6개의 섬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구의 신비로운 섭리를 걷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떠나온 백야도의 뒷태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아 순간, 동화 속 어린왕자의 순수 세계로 빠져들며 고흥 나로도 우주센터도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다여행이 주는 위안이란 때로는 아득히 먼 짙푸른 대양의 이상이지만 우리는 대개 오순도순 모인 섬들과 사람, 그리고 삶의 굴곡이 정겹게 녹아 있는 잔잔한 잿빛 바다에서 감동합니다. 그리고 때가 지금의 4월, 앞으로의 5월 봄날이라면 우린 기꺼이 남쪽 바다의 고만고만한 섬으로 튀어야 합니다.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제도, 개도 들렀다가 50분. 여수항에서 출발하면 90분 소요되며 약 6km정도의 꽃섬길은 자연 숲길이 대부분이고 다소 오르고 내리는 나무 계단과 데크가 놓여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천천히 걸으면 누구에게나 무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섬을 둘러볼 땐 꼭 시계방향으로, 가능한 햇님의 움직임과 때를 같이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화도는 지금 담백 바삭한 부추전에 낭도 막걸리가 익어가며 갑오징어가 제철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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