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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s윌리가 전해드리는 계절, 생각 그리고 여행의 향기

윌리 이야기

작성자브라이트스푼

가을의 전설, canadian rockies 하이라이트

작성일 21-10-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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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다살다 이렇게 오랜 동안 깨지지 않던 꿈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떠나는 순간 공항의 느낌부터 심상치는 않았거든요.
그 거대하고 세련된 세계 탑클라쓰의 인천공항은 그동안의 우리가 미미한 개미 이용자에 불과했던 것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시스템은 우리에 맞추어 짜여져 움직이고 있었으며  한산해진 청사 내부와 관계자들의 움직임 역시나 전혀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웠어요.
그럴 수 있다면 이럴 때 자주 공항을 이용해야겠다 싶더라구요.

 

접종완료증명서와 출국 72간전 PCR검사 확인서는 탑승수속 때 한번 제시하는 것으로 OK.
캐나다 입국시에는 미리 등록한 어라이브캔 어플과 여권을 제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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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3번의 기내식이 제공되는데 식사와 음료를 섭취하는 시간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몽롱해져 가는 컨디션에 이는 별다른 불편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별 효과 없을 것 같은 부실한 방호복?을 입은 머리 희끗한 승무원은 연신 무엇인가 나누어 주고 다시 겉어가는 일에만 몰두했고 나머지 서비스는 뭐, 알아서.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거나 경유 후 다른 도시로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은 일단 짐을 찾아 세관검사를 마치고 입국 후 다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 수화물을 보내야 하는데 절차라 할 것도 없이 짐만 옮겨 넣고 탑승 게이트 찾아 들어가면 끝이예요.
입국 심사 중 왜 왔는지, 일행이 있는지 물어보길래 일행은 여덟이고 록키 트레킹 하러 왔다고 하니까 굉장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일행 다 나와 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서성이던 심사원 몇 명이 더 모여들더니 지들끼리 웅성웅성, 진짜 단체로 여행을 왔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까 일행 여권을 한꺼번에 다 달라더니만 이름과 어라이브캔 등록 확인만 대조하고 바로 패쓰.
아직 이런 시국에 단체로 놀러 왔다니까 적잖이 놀라는게 아마도 우리가 캐나다에 입국하는 첫 단체 여행객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도 갑자기 기대하고 숙원 했던 록키의 하늘을 다시 날아 캘거리에 도착, 바로 록키의 관문이자 베이스캠프인 밴프로 향합니다.
아득한 지평선이 끝도 없이 펼쳐진 한산한 1번 도로를 한동안 달리니까 이미 눈화장을 시작한 록키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더군요.
순간,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더니 가슴은 두근두근, 두 눈은 반짝반짝, 양쪽 귀는 가이드의 한마디 한마디를 자칫 놓칠세라 이야기를 분주하게 뒤쫓고 있었어요.
드디어 록키가 현실로 다가오는 감동의 순간, 그것도 여행을 결심하고 불과 2주만에 그 꿈이 실현되는 벅찬 순간인 것이죠.
스푼의 위드코로나 시대, 2년 가까운 시간만의 첫 해외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캐나다 록키에는 수많은 봉우리와 트레일이 존재하며 두어 달을 머물며 바삐 움직여도 또 아쉬움이 남는 그런 광활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이번 우리의 일정은 호숫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안전하고 쉬운 코스를 선택해 무리 없이 걷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이는 이들 코스가 록키의 상징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겨울시즌으로 넘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절묘하게 잡았기 때문에 기상악화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이유입니다.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유키 쿠라모토(YUKI KURAMOTO)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우리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루이스 호수까지 걸었고 드디어 감동적인 호수 풍경과 마주했어요.
순간, 실한 헛 웃음이 나더라구요.
그야말로 도무지 어이없어 어쩔 줄 모를 때 나오는 그 웃음 말이죠.
여긴 어디? 난 누구?
우리는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아그네스 호수로 이어지는 숲길에 진입했고 거기부터는 말쑥한 침엽수림이 빼곡히 들어찬 겨울 숲이었으며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면서 주위 설산과 루이스 호수의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변하며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는데 일행 누구에게서도 힘들거나 숨찬 기색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고도를 500m 가까이 올렸는데 말이죠.
가을의 전설, 설경을 기대하고 온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불규칙하게 깨어진 얼음 조각의 단면처럼 치솟은 그 수많은 봉우리와 이를 절묘하게 투영하는 호수면의 영롱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어요.
세상에 어떤 거울이 이런 엄청난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담아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결국 그 가을의 전설은 오묘한 계절의 전설이 되고 말았어요.
우리의 짧지 않은 일주일간의 록키 여행길엔 노오란 자작나무의 금빛 카펫이 4, 눈부신 설경의 은빛 카펫이 3번 깔렸거든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게 된다는 말 익히들 알고 계실 텐데 이번 여행을 들어 하는 말 아닌가 싶어요.
하룻밤 자고 나면 분위기가 바뀌고 지나왔던 길의 풍경이 또 달라져요.
어느날 달리는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거침없이 굵어지는 눈발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초자연의 압도적 설경이 혼을 순간 빼앗더니만 자스퍼로 향하는 길을 순식간에 막아 버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결국 우리는 자스퍼의 일정과 숙박을 포기하고 밴프로 다시 돌아와 새로운 대체 일정을 고심해야 했고, 묘하게도 가는 곳마다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혼의 호수라는 레이크 미네완카(Lake Minnewanka)에선 온전한 록키의 가을, 그야말로 영원히 전설로 남을 아름다운 영혼의 가을과 만날 수 있었고 그래시 레이크스(Grassi Lakes)에서는 록키를 관장하는 신선의 빛깔과 신비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잘못탄 기차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잡아탄 기차가 오히려 목적지에 우리를 수월하게 데려다 준 것이지요.

레이크 루이스 보다 더 아름답다는 모레인 레이크(Moraine Lake)와 요호국립공원의 에메랄드 호수는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 들러 여유있게 멍 때리고 싶은 그런 곳이랍니다.
그리고 여행은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 언제나 실감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그 진리 그대로였답니다.
오랜만에 본업에 복귀한 현지가이드 딘~단장, 기꺼이 우리와 원팀이 되어 최선을 다해 모두에게 익살과 감동을 주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도 그에 걸맞게 환상적인 록키의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가을의 전설을 만들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모두의 용기와 록키의 변덕스런 가을, 또 달콤했던 우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윌리는 아직도 꿈결을 헤매입니다.

 

다음 록키 여행은 이제 내년 봄에 떠날 것이고 올해가 가기 전에 선보이겠습니다.
그때는 이번 여행보다 이틀정도 더 머물러 자스퍼의 봄날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스푼의 역사적인 위드코로나 첫 여행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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