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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s윌리가 전해드리는 계절, 생각 그리고 여행의 향기

윌리 이야기

총 95개
  • 65
    작성자 윌리
     실컷 춥고 눈도 옴팡지게 내리는 겨울을 무사히 지내야만 새로 맞이할 봄날의 광영이 더욱 아름답게 감동적일 것이니 기…

    그리고 여행도 계절을 타는 것이라서 때가 되면 봄날 새싹 돋아나듯 어김없이 방랑의 충동을 자극합니다.

    홋카이도 여행은 겨울이 제격이고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열차로 떠나는 것이 제 맛입니다.

    추운 날씨와 널뛰는 일기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도 포근한 온기의 차 내, 지정된 내 자리를 찾아 엉덩이를 붙이는 순간 안도 한숨과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싸고 돕니다.

    이는 정시를 어기고 살짝 지체되어, 어쩌면 빈번해지는 겨울 열차 이용의 불편 따위에도 심기가 불편해지지 않는 방어적 행복의 극적 작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차여행은 어디 또는 무엇인가에 목적으로 두고 공간을 이동하는 지극히 뻔한 편의 이외 기다림과 설레임, 세상을 관조하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홀가분함이 더해져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라 정확히 형용할 수 없는 열차가 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떠나는 길.

    이는 먼 거리 여행일수록 열차의 공간 지배적 재미가 더해져 따끈한 차 한잔 마시고 한참을 차창 밖 세상과 공상 속을 헤매다가 살짝 졸고 난 달콤함 후에도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음을 인식한 순간의 행복이 가장 극적이며, 이 감정의 지속을 위해서는 따끈한 식사와 예약된 온천 숙소까지의 길이 목적지 하차 역에서 멀지 않은 지척의 순간이여만 합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일수록, 게다가 낮 시간이 짧은 겨울이라면 빠듯한 일정에 대한 욕심과 집착은 내려놓아 낯선 도시 겨울 거리의 이방인이 아닌 거기 사람들의 이웃으로 동화되어 작은 일상에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땅의 약 85%에 500만명이 살아가는 홋카이도로의 겨울여행은 그야말로 훤하게 트인 광활한 설원을 달리는 묘미가 압권입니다.

    이는 설국 니가타, 야마가타의 일본적이며 동화 속 스머프 마을과 같은 포근함, 아기자기함과 대비되는 파란 하늘과 하얀 설원으로 양분된 보다 자연적인 여백의 멋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산업적 개발이 늦어 자연색이 짙은 홋카이도는 큰 도시를 중심으로 거점을 정해 횡단과 종단식의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고, 본토를 포함한 이외 지역은 작은 간이역을 중심으로 잠시 내렸다 오르는 단거리 열차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삿포로에서 동북쪽 끝자락 유빙(流氷(유빙))의 도시 아바시리(網走)까지는 열차로 5시간입니다.

    그리고 로바다야키가 탄생한 신선한 해산물의 보고 쿠시로(釧路)까지는 또 3시간 가까이를 달려야 하는 거리라서 삿포로를 시작으로 시계 또는 반 시계방향으로 주유하는 코스가 합리적입니다.

    그리고 켄과 메리의 나무, 크리스마스트리 나무로 알려진 라벤다 언덕의 비에이(美瑛) 까지는 삿포로에서 약 2시간, 겨울 적설이 풍부하고 누구나 동경하는 설경 또한 아름다워 여행의 마지막 경유지로 적합합니다.

    그리고 일본의 낙농과 구황작물, 수산물의 최대 생산지에 걸맞게 각 도시별로 차별화된 스위트와 먹꺼리가 풍부해 어느 도시에 눌러 앉아도 하룻밤의 즐거움은 거뜬합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일상에 익숙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기피감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그래도 내년 겨울 여행의 희망은 거두고 싶지 않습니다.

    1950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72회째를 맞이하는 세계 3대 겨울축제의 하나라는 삿포로 눈축제가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소식 또한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몇 년간 다녀왔던 겨울 홋카이도 여행 중에서 열차를 중심으로 한 동선에 맞는 주요 거점과 설경을 중심으로 사진을 골라 보았습니다.

    부디 잠시라도 지금의 답답한 겨울 일상에서 위안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어스름한 겨울 저녁의 오타루운하


     

    오타루에선 스시를...


     

    삿포로에서 아바시리로 달리는 차창


     

    정차역


     

    잠깐이라도 걷고싶은 설국의 눈 내리는 밤


     

    노토로코(能取湖)의 영롱한 아침


     

    그저 운에 맞겨야만 보이는 아바시리 유빙


     

    아바시리 해안을 달리면서 샤리다케(羅臼岳) 감상


     

    홋카이도 기차여행의 감초, 시레토코샤리의 삿포로 클래식



     

    마슈역(摩周駅)


     

    따스한 온천수가 흘러드는 곳으로 모여든 굿샤로코(屈斜路湖)의 백조


     

    한편, 버스 소그룹 여행은 멈추고 싶은 곳에서 쉬어 갈수 있는 것이 매력


     

    미호로토오게(美幌峠)를 지나면서...



     

    홋카이도의 수산업 전진기지 쿠시로(釧路)에서 털게와 로바다야키



     

    토카치목장의 자작나무길



     

    오비히로 겨울의 일상


     

    지극히 설국의 눈사람 택시적인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瑛) 마일드세븐 나무


     

    후라노에 가신다면 꼭 오무카레 한번쯤은...




     

    후라노를 떠나며...

     


     

    불야성, 삿포로 라멘 골목


     

    도로까지 하얀 삿포로 스스키노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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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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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
    작성자 윌리
      인연이 그리고 추억이 방울방울 화사하게 피어납니다.홀로 피어나 빼어난 자태를 뽑내는 탐스런 한송이의 외로…

    홀로 피어나 빼어난 자태를 뽑내는 탐스런 한송이의 외로운 꽃 보다는 비록 작고 옅은 향기라도 무리를 이루어 그윽한 깊이를 더해 벌과 나비가 오랫동안 머물러 놀다 가는 그런 봄날의 흔한 들꽃에 마음이 기웁니다.

    떠나지 못해서 더 간절하고 만나지 못하니 애절함은 자꾸 커져만 가는 이 세상!

    시마네현에는 "시마네 시간"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좋은 인연에서 비롯된 삶의 여유를 일컷는 말로 자신은 물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듬뿍 담긴 푸근한 언어죠.

    어쩌면 공간적인 안식과 위안의 "케렌시아"의 시간적 함축일 수 있겠습니다.

    "폐관시간 일몰 후 30분" 인 황홀한 석양의 신지코 호숫가 시마네현립미술관의 이용자를 배려한 감성은 시마네 시간의 대표적인 예 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시마네현에는 카페나 미술관, 정원, 예술공방 등 삶 속의 여유와 관조에 따르는 케렌시아가 유난히 많고 이를 적극 향유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이 거기 사람들에게는 존재합니다.

    약속 시간에 살짝 늦더라도 서로 넉넉히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담백한 시마네 사람들.

    신화와 인연의 고장으로 알려진 시마네현은 일본의 47개 지자체 중 면적은 19번째로 크지만 인구는 두번째로 적어 인구밀도 43위의 한적한 전원을 품은 해안 도시라서 일본적 기풍의 소도시 여행의 묘미가 솔솔합니다.

    매년 음력 10월이면 일본 각지의 신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는 이즈모다이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길이 13m, 무게 5톤의 금줄이 걸여 있는데 이는 그들이 염원하고 지켜온 세월의 영겁과 인연에 비례하는 듯 하죠.

    사실 시마네현은 가야의 철기문화가 일본열도로 전해진 최초의 지역이며 우리의 신라시대 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이곳 이즈모, 시마네현에도 전해져 오기 때문에 한반도와의 오랜 인연 또한 각별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으로 소실되어 떠내려간 수많은 양식 어구들이 시마네현의 해안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옛 설화의 방증이라 할수 있겠죠.

    그리고 이젠 우리에게서 찾기 어려워진 옛 방식으로 철기 다루는 기술이 이곳 이즈모에서는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황홀한 석양의 신지코 호수를 끼고 수로가 발달한 물의 마쓰에는 시마네현의 중심도시입니다.

    일찌감치 일본의 고도인 교토, 나라 등과 함께 "국제관광문화도시"로 지정된 전통의 가치와 모던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향기로운 도시로 일본의 3대 미인온천이라는 타마즈쿠리온천과 국보로 지정된 일본의 5개 성 중 하나인 마쓰에성을 품고 있죠.

    이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하루쯤 마쓰에 도심의 호숫가 신지코온천에 머물러 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400년 고성 마쓰에성 천수각에 올라 마쓰에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 한 후 오테마에 선착장에서 성곽을 감싸고 도는 해자 유람 뱃놀이를 즐긴 후 후레아이 광장에 내려 시오미나와테 거리를 걸어서 고이즈미 야쿠모 기념관과 무사의 저택을 감상하며 마쓰에 역사관으로 갑니다. 단아하고 고풍스럽게 자리잡은 이곳에서 마쓰에의 역사물을 효과적으로 둘러본 후 일본 말차와 와가시를 맛보면서 향기롭고 달콤한 마쓰에의 풍취에 젖어 보는거죠.

    다시 발길을 옮겨 가라코로 공방, 교미세, 차마치의 앙증맞은 소품과 커피 등을 탐닉한 후 신지코 오하시를 건너 시마네현립미술관으로 가던가 신지코온천 숙소에 일찍 들어 온천욕 후 릴렉스, 그리고 나서 일몰 시간에 맞춰 오메가시마 넘어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거예요.

    물론 주요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관광셔틀 레이크라인 버스도 있으니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되겠죠.

    이른 새벽녘 호수에 뜬 시지미(재첩) 잡이 작은 배들의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신지코온천에 머무는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신지코온천역에서는 이즈모다이샤까지 이찌바타 전철로 한번에 갈수 있으니 시간 활용에 유리하고 편리해요"

    마쓰에를 포함한 가나자와, 다카마쓰 등의 지방 도시는 대도시와는 다른 편안함과 소도시에 걸맞는 여행의 편의와 거니는 거리의 즐거움을 갖추고 있어 좋아요.

    시마네현 첫 여행의 인상은 마치 여러번 다녀온 듯 친숙한 매우 편안한 푸근함이었어요.

    첫 여행의 안내로 나온 현청의 A씨는 "술 좋아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헤엄칠 만큼 좋아한다"고 해학적인 솔직함으로 답했죠.

    아홉가지의 와인을 큰 보울에 담아 두어 국자로 퍼서 마음껏 시음할 수 있게 배려한 시마네와이너리의 화끈하고 넉넉한 스케일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달리는 차창으로 지나가는 낯설지만 왠지 친근한 그 풍경 속에 "다음엔 가족과 지인들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 마음 먹은 것이 벌써 15년전, 이후 가족은 물론 가까운 지인들은 모두 이곳에 다녀와야 하는 기분좋은 운명에 놓이게 되었죠.

    그리고 놀라운 건 그때의 그 인연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사실,

    또 더 놀라운 건 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인연이 속속 생겨나고 역시나 좋은 관계의 지속이라는 거죠.

    인연의 고장, 팔백만 신들의 마법은 좋은 인연을 더욱 공고히 하는 특별한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위에서 언급했거나 지나친 특별한 몇 곳 추려 보았습니다.

    빨간 비행기 타고 빨리 이곳으로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쓰에 역사관의 말차와 와가시(和菓子)


    일본 소도시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시오미나와테 거리


    400년전 모습 그대로, 국보 마쓰에성


    교하시와 해자와 연한 아름다운 마쓰에 거리


    시마네현립미술관 앞 12마리 토끼 중 두번째 토끼에게 재첩을 주고 서쪽을 향해 쓰다듬어 주면 행운이 온단다.



    신지코호수의 요메가시마 일몰


    한설에 피어나는 寒모란, 모란정원 유시엔(由志園)에서는 연중 화사하고 탐스런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설경과 신록의 유시엔정원


    액자정원으로도 불리우는 일반적인 일본의 정원과는 딜리 유시엔 정원은 거니는 멋과 즐거움이 각별하다.


    모란을 응축해 표현한 유시엔의 건강식단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알려진 아다치미술관 정원의 겨울과 여름


    아다치미술관의 茶庭으로 들어가는 外園


    시마네현 슬로라이프의 대명사 군겐도와 마쓰바토미씨 가족


    군겐도 추억과 습작의 교실


    꼭 걸어 보아야 할 세계유산 거리, 이와미긴잔 오모리


    세계유산 이와미긴잔의 라칸지(羅漢寺)


    오쿠이즈모 이난(飯南町) 아카나(赤名) 습지의 편백숲


    일본 74대 총리를 지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의 친가에서 운영하는 사케 양조장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비경이 계곡 오니노시타부루이(鬼の舌震)



    길이 13m 무게 5톤의 금줄이 걸려있는 이즈모다이샤의 카구라텐(神楽殿). 매년 음력 10월이면 회의를 위해 일본의 모든 신들이 모인다


    신들의 공간으로 걸어가는 숲길, 이즈모워킹


    이즈모시에서는 외국인 단체 여행객을 위한 전통 예능 공연을 무료로 선사한다.


    1867년 창업, 삼나무통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120년 간장 야마모쇼유(ヤマモ醬油)


    아시아 유일의 퀼트 작품 상설 전시관, 이즈모 퀼트 미술관


    이즈모 퀼트 미술관의 아주 특별한 점심식사


    미호노세키 미호신사 앞의 옛 거리, 아오이시타다미토오리(青石畳通り)


    시마네현 여행에서 꼭 맛 보아야할 명물, 이즈모소바(出雲そば). 소바를 껍질채 갈은 반죽으로 면을 뽑아 씹을수록 고소하다


     

    소비 인구에 비해 어획량이 많고 어종이 풍부해 희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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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작성자 윌리
      딱 2년전 오늘(2018,12/16)은 따끈한 우동 국물에 이끌려 시코쿠로 우동여행을 떠난 날입니다.찬바…

    찬바람이 불면 으레 떠났던 그 여행, 오늘처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면 더욱 구미가 당기게 마련이죠.

    저는 우동은 매우 사랑합니다.

    사실 윌리에게 우동은 운명적인 애증의 소울푸드라 할수 있습니다.

    지금은 한때의 추억으로 피식 웃어 넘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본 고장의 우동을 서울에서 제대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객기로 덜컥 우동집까지 내더니 그야말고 고생문을 활짝 열고 호기있게 전전하던 무모한 헤프닝이 오래전 있었답니다.

    우동이 오죽 좋았으면..., 하지만 사람은 잘 하는 것을 해야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안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뻔한 진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저를 정면으로 치받더군요.

    지금은 멀지만 가끔은 기꺼이 그 곳에 가서 먹는 우동의 신세계를 즐깁니다.

    인구 100만에 우동집 900개가 넘는다는 명실상부 우동왕국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은 변화무쌍,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오묘한 끌림의 맛이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특히 맘에 드는 건 내가 좋아하는 고명을 선택해 넣을 수 있는 셀프우동집이 다수를 차지한다는거죠.

    게다가 가격은 오죽 착하게요?

    수타로 뽑아낸 쫄깃한 면에 멸치 육수에 번지는 은은한 가쓰오부시 향이 일품인 가케우동 대짜 한사발이 고작 300엔 정도니까 우리돈으로 약 3000원 정도 하는거죠.

    푸짐하게 꼬치 오뎅과 오동통 삶은 달걀, 살이 제대로 오른 길죽한 오징어 다리 튀김 하나씩 골라 얹어도 5-6천원이면 해결될 그리운 황홀함!

    그러니까 맛집 골라 길게 줄 서는 수고로움 감수 하더라도 기꺼이 용서가 되는거죠.

    Udon & Walk,

    말 그대로 맛있는 우동집 찾아 다니면서 시코쿠의 들판을 걷는 여행이잖아요?

    개중엔 소화시키려고 일부러 걷게 하는거 아니냐고 핀잔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랍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거기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도 하고 마을길, 숲속, 들판의 공기를 충분히 호흡하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완전 무장 해제되고 입맛은 온전히 그 곳의 풍토에 동화되서 맛의 거부감이 없어져요.

    물론 걷기가 건강에도 좋은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죠.

    그리고 우동여행에선 우동만 먹는거냐고, 그래도 일본에 가는데 스시랑 가이세키, 돈카스 같은 것도 먹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쇼핑은 할수 있는거냐고 걱정하는 분들 매번 계셨어요.

    어떻게 매끼 우동만 먹겠어요.

    오랜만에 맘 먹고 기대했던 여행인데 쇼핑도 하고 다른 맛있는 것들도 먹어야 행복하죠.

    사진 고르다 보니 그동안 참 많은 사람과 별의 별 곳을 걸으면서 맛있는 우동집 엄청 다녔네요^^

    별 것은 우리의 품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동안 예술섬 나오시마, 쇼도시마, 오기지마, 메기지마, 시코쿠 순례길, 오츠카미술관, 리쓰린공원, 조지나카시마 등 자연은 물론 문화 예술적인 것들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사누키 우동의 즐겼어요.

    하지만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에서 이우환미술관, 베넷세하우스에서 쓰쓰지소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연신 오가는 셔틀버스에 순순히 몸을 실어서는 그 섬의 사랑스런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우환미술관에서 바다쪽으로 잔디밭을 걸어 내려와 잔잔한 세토내해 백사장을 오로지 걸어서 베넷세로 가야만, 베넷세 언덕에서 노란호박을 향해 걸어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산중 깊은 호수처럼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낸 남국의 풍취에 젖어 보아야만 나오시마를 제대로 다녀왔다 할 수 있는거잖아요?

    바다와 섬은 다 거기서 거기일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깨진 기왓장 하나라도 동네 어귀에서 나뒹구는 것과 경주 고분군 한켠 흙바닥의 것은 의미가 다른거라고.

    올리브의 섬 쇼도시마에 간다면 거기에선 우동 말고 소면을 먹어야 해요.

    그것도 갓 삶은 수연면을 차가운 물에 잘 씻어 채반에 올려 내온 것을 냉모실 먹는 식으로 갈은 생강과 볶을 깨, 실파를 취향대로 넣어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간장 우동의 원조라는 오가타야(小縣家)에선 무우 잔뜩 갈아 넣고 라임향 살짝 번져야 제맛이죠.

    뉘엇뉘엇 해가 저물어 갑니다.

    따끈한 우동국물과 온정있는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몹시 그리운 사람의 향기 세노상


    시코쿠 오헨로 84번 사찰 야시마지(屋島寺)의 산문에 들어서며


    나가타인 카노카(長田in香の香)의 환상적인 면발의 가마아게우동


    시코쿠의 우유니, 석양 후의 미토요시(三豊市) 해안가


    화사한 오오츠카 미술관의 추억


    일본의 지중해, 언제나 따사로운 쇼도시마 올리브공원


    날아라~ 요술 빗자루~


    150년 5대에 걸친 쇼도시마 야마코루(山六) 간장의 간장 아이스크림


    나오시마 노란호박

     

    오기지마 등대의 수선화 길




    소박 담백한 우동의 대명사 야마우치우동(山内うどん)


    코토히라궁(金刀比羅宮)의 시세이도 카페 카미쓰바키(神椿)



    수타 우동의 진검승부, 야마시타우동(山下うどん)


    늦은 가을 리쓰린공원(栗林公園)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3번 사찰 곤센지(金泉寺)

     


     

    그해 12월, 시코쿠 전원마을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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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
    작성자 윌리
    사랑스런 그 해의 그 봄날~ 운젠 오바마, 큐슈올레 평소 행복, 사랑, 다움, 봄, 엄마, 고향, 이런 단어를 좋아 …

    하지만 내년은 "희망여행"으로 이름하고 매 순간 기쁨과 희망의 씨앗을 나누는 고마운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아직 때 이르고 섣부른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2021년 희망여행 캘린더"를 만들면서 지난 한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추스리고 찬란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다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 한파는 해가 바뀌고 추위가 누그러들 때 쯤이면 파릇한 희망의 새싹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되겠죠.

    아래의 캘린더는 우선 일본여행을 중심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아무래도 정서상의 신뢰와 안전에 대한 믿음, 만일의 우려를 염두해 두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근거리 환경을 첫번째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韓日간의 항공편은 인천 -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이렇게 4개 노선이 운항중이며 아직 비지니스와 학업 등 불가피한 일부만 입국과 격리 완화 조치가 실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3월 부터 韓日 양국간의 진전된 합의하에 상호 검역과 격리 기준이 완화되고 동선 통제와 추적이 가능한 소형 단체여행에 우선으로 관광이 허용 될 것을 기대하며 조심스레 새로운 첫 발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휴항 중인 모든 노선이 일시에 재개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일 것이기 때문에 운항 중인 4개 노선과 센다이, 삿포로 정도가 추가된 6개 도시로의 접근을 염두해 계절별 꼭 가보고 싶은 몇 가지를 월별로 구분해 캘린더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접근성의 어려움으로 캘린더에서 빠진 명소들이 다수 있으나 이는 차츰 시간을 가지고 길이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눈여겨 보셔야 할 그 동안의 여행과 다른 점은 여행 기간이 훌쩍 길어졌다는 것과 체류형 보다는 순례형 여행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특정 대도시로 입국이 한정되어 여행 동선이 길어지고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여행을 예상하고 있으며 현지인들과의 대면 또한 최소화 한 특정 시설과 한적한 자연여행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해왔던 스푼의 소그룹, 자연 중심의 여행이 그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도 부합한 이상적인 여행이었다는 생각이라서 우리는 평소 하던대로 하면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스푼의 여행을 오랜동안 경험하신 분들께는 오히려 테마별 명소 순례형 여행이 새로운 재미로 느껴지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토내해를 끼고 히메지 - 오카야마 - 다카마쓰 - 도쿠시마 - 아와지섬을 둘러보는 문화유산과 현대아트 여행이나 닛코에서 나가노 까지의 로맨틱 가도 여행이 그러하겠지요^^)

    캘런더를 만드는 동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엇을 빼야하는 고심이 깊었습니다.

    계절별로 제일 좋았던 순간을 우선 골라 넣었는데 무엇보다 첫 여행인 설국 야마가타와 시코쿠 순례길 여행을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속속 들려오는 백신과 치료제 소식이 조속히 그 효과를 높여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결국 스푼의 여행에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북알프스 쓰가이케 고층습원의 6월


    그리워라~ 그녀의 손 맛, 야마가타 치케이켄(知憩軒) 난부씨


    홋카이도 대설산 동쪽사면, 오비히로를 달리며...


    와카야마현 구마노산잔(熊野三山) 나치폭포


    나의 사랑 나의 우동, 가가와현 야마우찌 우동(山内うどん)


    영롱한 신비로움 북알프스 카미코지 다시로이케(田代池)


    걸어본 사람만 안다. 그 황홀함, 아오모리 오이라세계류


    원령공주의 이끼숲 야쿠시마 시라타니운스이 계곡


    원령공주의 이끼숲 야쿠시마 시라타니운스이 계곡


    국물이 끝내줘요. 미야카와제면소(宮川製麺所)

     

    홋카이도에 머물러 본다면 니세코가 진리!


    큐슈 오이타현 오카성(岡城址)


    다시 시작 될 순례길 여행,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에서...


    다시 시작 될 순례길 여행,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에서...


    이곳에 가면 누구나 꽃길만 걷는다. 꽃섬 레분(礼文)


    보고 또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 야마가타현 하구로산(羽黒山)


    어울리고 떠들어야 여행이 제맛이지! 가가와현 세토대교(瀬戸大橋)


    어느 순간도 배신하지 않는 풍경, 나가노현 마쓰바라호수(松原湖)

     

    오제 습원과 오이라세계류를 응축한 멋, 오쿠닛코(奥日光)


    걷는 일본 거리의 맛, 이세신궁앞 오카게요코쬬(おかげ横丁)


    가을의 전설, 여기 안 걸어 봤으면 가을을 이야기 하지 말기. 오제습원


    두고 온 것도 없는데 자꾸만 생각나는 미야코블루~ 오키나와 미야코지마(宮古島)


    해넘이가 다 거기서 거기라구요? 모르시는 말씀! 신지코(宍道湖) 일몰은 틀별하다니까요. 시마네현 마쓰에


    너무너무 그리운 오제습원의 7월


     

    에도로 가는 옛길의 역참마을 나라이쥬쿠(奈良井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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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1
    작성자 윌리
     우리 일상에서 동떨어진 낯설고 지극히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만났을 때 "신들의 공간" "천상의 정원" 같은 경이의 …

    그런데 그런 신(神)들의 공간이 하나도 아닌 영험한 세분의 신을 모신 천년을 거스르는 그런 곳이라면 어떤 모습을 상상하시는지요?

    실제 하구로산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장하고 인간의 윤회를 기리는 세 분의 신이 존재합니다.

    일본의 오랜 토착신앙의 하나인 신도(神道), 그 중 데와삼산(出羽三山) 신앙의 중심이 바로 이곳 하구로산인 것이죠.

    그런데 이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산신을 모신 산신각이나 자연숭배의 대상으로 지극히 자연스런, 인간 문명과 함께 해온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니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하구로산은 참으로 신비로운 공간이란 것을 매번 실감합니다.

    그동안 양 손으로 여러번 꼽아야 할 만큼 여러차례 이곳을 다녀왔지만 단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어요.

    게다가 함께 걸었던 누구라도 어김없이 이곳을 그 동안의 일본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거든요.

    "세상에 이런 놀라운 풍경은 여기밖에 없어요!

    이먀가타에 가신다면 꼭, 아니 일부러라도 꼭 가 보라고 권하고 싶어서 하구로산은 따로 강조해 소개해 드립니다.

    그동안 담아놓은 사진이 아주 많은데 겨울 것만 몇 장 골라 보았습니다. 

    같은 겨울이라도 사진마다 눈이 많고 적음, 날씨, 오전과 오후 등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요.

    사계절 중 언제가 제일 좋더냐?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듬뿍 눈 쌓인 눈이 파란 하늘과 햇살에 반사되는 순간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오전 시간의 겨울이라 답하겠어요.

    스푼의 설국여행에선 언제나 빼놓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해 걷고 있어요.

    올 겨울이 끝나갈 즈음 다시 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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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
    작성자 윌리
     겨울여행의 멋은 어떤 특정 순간과 장소에 있지 않습니다.사람에 따라 추위를 피해 따스한 남쪽 여행을 선호하는가 하면…

    사람에 따라 추위를 피해 따스한 남쪽 여행을 선호하는가 하면 오히려 지긋할 정도로 옴팡지게 함박눈이 내리는 깊숙한 골짜기의 눈 세상을 동경하기도 하는데 저는 설국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는 "다움"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제 개인적 성향에서 비롯 된 것인데 유난히 추위에 약한 저로서도 겨울만은 겨울다워야 합니다.

    누구나 상상하는 그 설국으로 겨울여행을 떠날꺼라면 야마가타의 갓산(月山)이나 자오산(蔵王山) 인근의 온천지로 떠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오모리, 니가타, 아키타, 홋카이도 등등 일본에 호설지는 아주 많지만 그 중 야마가타를 권하는 이유는 유명세로 과장된 관광지의 면모가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인적드문 고요한 설원의 정취를 가감없이 맘껏 들이킬 수 있는 곳...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적합한 곳이라 할 수 있겠어요.


     

    야마가타 설국 여행의 묘미는 머무는 그 곳의 시간 내내 상상을 넘어서는 잔잔한 이상을 온전히 가슴과 온몸으로 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러 어딘가를 찾아가 풀썩풀썩 뛰놀고 순간 감동하다 돌아오는 그런 것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차로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온통 새하얀 길을 달리며 차창으로 만나는 눈 세상은 따스한 차내의 온기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평화로운 안도의 느낌을 주는데 저는 이 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향하고 있는 목적지의 의미와 방향성을 무색케 하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순간.


     

    초카이산 니노타키(二ノ滝) 빙폭


     

    스푼은 왜 자꾸만 걷냐구요?

    누구나 부담없이 그 눈 세상에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는 야외 활동이 걷는 것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이것 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눈놀이가 또 있을까요?

    푹푹 빠지면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넘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고 다칠 염려도 없답니다.

    얼마나 걸을지는 각자 알아서 좋을 만큼만, 눈 벌판에 놓여지면 들뜨는 마음 추스릴 수 없는 건 애나 어른이나 매일반이거든요.



     

    손오공의 근두운 만큼이나 신나는 설원의 신기, 스노슈(설피)


     

    일본을 다녀온 수많은 사람 중 어떤 이유로 꼭 둘로 구분 해야만 한다면 하구로산(羽黒山)을 걸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싶습니다.

    "윌리, 나무는 천년이 지나고 오래 될수록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데 사람은 왜 그렇지를 못할까!"

    이 숲을 함께 걸으면서 어느 지긋한 신사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어쩌면 현세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공간에 선 잠시의 순간은 각자에게 지나온 그 동안의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마법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하구로산을, 그것도 한 겨울 눈송이가 천년 삼나무의 눈꽃으로 피어난 그 신비의 숲을 한 번이라도 걸어 보셨다면 그건 겨울 일본여행 최고의 호사를 누리신겁니다.    



     

    눈 속에 안긴 자오산 정상의 지장상(地蔵)


     

    순번 메기기 좋아하고 어떤 대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

    매년 1월 하순부터 자오산정(蔵王山頂)에 포진하는 수빙(樹氷), 일명 스노몬스터의 군집은 일본인들이 꼽은 "아름다운 일본의 겨울풍경 10선"에 포함되는 놀라운 현상입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와 눈송이가 나무에 얼어 붙는 과정을 반복하며 거대해져 가는데 2월 하순이면 절정에 달하고 3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괴한 모양의 스노몬스터 사이를 탈출하 듯 스키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순간을 스키어들은 최고의 짜릿함으로 꼽는다고 하는데 정상까지의 곤도라와 리프트는 일반 여행객도 이용할 수 있으니 이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신세계입니다.


     

    일본에서 면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일본의 47개 지자체 중 인구대비 면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야마가타현입니다.

    특히 라멘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따끈담백한 국물의 미소라멘 말고도 차가운 히야시라멘(冷やしラーメン)도 이곳에선 일반화 되어 있어요.

    사실 일본 어디에 가나 자기네 라멘이 제일 맛있다고들 하는데, 아무래도 소비가 많고 경쟁이 심한 전통과 개성이 다양한 실력파 라멘집이 많이 지역이 특별하지 않을까요?

    맛과 실력이란 한편으론 깐깐한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발전하고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니 야마가타 여행에서 꼭 한번은 그 특별하다는 라멘을 맛 보아야 하겠어요.



     

    차가운 소바를 따끈한 산채 육수에 담가 먹는 산채소바(山菜そば)


     

    하지만 야마가타현은 명실상부 소바의 고장입니다.

    번듯한 대로변 소바집이 즐비해 일명 소바가도(蕎麦街道)란 별칭이 붙은 곳도 있죠.

    그중 가장 대표 선수는 이타소바(板そば)인데 위의 사진처럼 나무판 용기에 담아져 나오는 약간 투박하고 촌스런 식감의 고소한 메밀면입니다.

    메밀 함량이 많아서 좀 딱딱한 식감이라고 하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그 고소함이 더 느껴져요.

    그리고 우리는 면을 먹으려면 김치, 다만 단무지라도 씹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 대부분의 면집에서는 아무것도 없이 밋밋하게 먹어야 한단 말이죠. 게다가 단무지라도 달라고 하면 싫은 기색을 비치거나 추가 비용을 받기도 하구요.

    전 개인적으로 어느 집에 가던 쓰케모노(漬物,저람야채)를 내 주는, 그것도 김치처럼 각 집집마다 개성이 살아있는 직접 만든 것을 맛볼 수 있는, 더 달라면 넉넉하게 더 주는 이곳의 소바집이 더 좋습니다.



     

    일본은 어디가나 계절별로 축제가 많아요.

    겨울 축제라면 아무래도 삿포로 눈축제가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으며 볼꺼리도 많아요.

    규모가 작고 아직 지역의 작은 축제에 머물러 있지만 타이밍이 맞는다면, 아니 맞출 수 있다면 축제와 때를 같이하는 것은 효과적인 설국여행을 위해 필요한 선택입니다.

    오히려 작고 아담한 규모의 축제가 설국 본연의 맛이 잘 배어들어 나른한 겨울 밤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한해 평균적설이 무려 4m가 넘는 지상에서 인간이 상주하는 곳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시즈온천마을,

    "하룻밤 자고나면 1m 넘게 눈이 쌓이는 경우도 다반사"

    "겨울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손님이 많지 않아 여유가 있지만 눈 치우는 수고를 옆집 사람에게 전가할 수 없어 집을 떠날 수 없다는 료칸 여주인"

    도시 생활로 부터 귀향해 마을 관광협회에서 일하는 사토(佐藤)씨는 말합니다.

    "이름 새벽 밤새 내린 집 주위 눈을 치우고 출근을 해야 하는 겨울은 정말 힘들고 고되다. 어디든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 살고싶다!"

    스푼은 매년 겨울 여기 시즈온천의 놀라운 설국에 머물며 설원을 걷으며 스노슈를 즐기는 설국여행을 떠나 왔습니다.

    이런 곳에선 하루이틀 쯤은 머물러 보아야 그 놀라움을 제대로 실감하게 될 것이고 또 제격의 설국여행인거죠.

    오는 겨울이 끝나갈 즈음 이곳으로 다시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가장 일본적인, 야마가타적인 옛 온천가의 모습이 남아있는 탕치온천탕 히지오리온천(肘折温泉)


     

     

    어두워지기 전 일찌감치 료칸에 도착해 여장 풀고 온천삼매경에 빠지는 여유로움이 스푼여행의 매력입니다.

    따끈한 온천욕 후 근사하게 차려진 가이세키 요리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고풍스런 옛 온천가를 유카타 차림으로 거니는 멋과 즐거움, 이거 때문에 일본여행 하는거 아니겠어요?

    그런 즐거움에 딱 좋은 온천가는 여기 히지오리 온천이며, 강산성 수질로 옛부터 탕 치료로 명성을 쌓아온 곳이라니 물 좋고, 눈 많이 오고, 맛있는 여기는 꼭 여러분과 함께 따나고 싶은 야마가타현의 속살인거죠.


    히지오리온천에선 500엔만 내면 3가지 맛의 사케를 비교해 마실 수 있다


    아예 양조장에 가서 바가지로 퍼 마시는 것도 이곳 야마가타에선 실현 가능한 애주가들의 천국


     

    설국여행에서 어찌 사케 한잔을 빼 놓을 수 있겠어요.

    사케 한잔의 은은한 깨임 없이 어찌 그 기나긴 설국의 고요한 밤을 지낼 수 있을까요!

    창업 220년 와다주조(和田酒造)에서는 양조장 견학하고 화끈한 시음, 그리고 내가 원하는 라벨을 붙여 나만의 사케를 만들수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감미로운 사케 한잔 만큼이나 이 사람 "하라야"가 더 그립습니다.


     매년 3월 3일은 여자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히나마쓰리(雛祭り), 2월부터의 여행이라면 기대해도 좋아요.

     

     


     

    일본여행에서 마이코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이제 교토, 니가타, 그리고 이곳 야마가타현의 사카타(酒田)입니다.

    이들은 게이샤(芸者)가 되기 전의 수련생으로 만 18 -25세 여성들만이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매일 오후 2시 한차례의 공연이 있는 요정 소마로(相馬楼)는 실제 요정으로 쓰여지던 곳으로 지역 문화재로 지정된 운치있는 일본식 전통 가옥입니다.

    공연과 함께 일본화가 다케히사 유메지(竹久夢二)의 미인도 미술관도 감상할 수 있어 곡물 상업으로 태평성대를 지낸 옛 토착 부호들의 겨울풍정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죠.


     

    전설의 사진가 도몬켄(土門拳)기념관에서는 세계적 거장의 건축과 작품을 만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파리수족관


    시즈온천 센다이야(仙台屋) 료칸의 가이세키 저녁식사


     

    초카이산과 동해바다 조망이 인상적인 초카이온천 유라리(遊楽里)의 전망 레스토랑


     

    맛있는 거 먹고 깨끗한 숙소에서 온천하고 편안하게 쉬는 것이 좋은 일본여행의 조건 아니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친절과 성의가 중요하잖아요.

    제가 일본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도 음식이 입에 맞고 사케나 온천을 좋아해서 만이 아니라 그들의 친절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예요.

    그런게 서비스이고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아닌가요?

    커피 한잔을 내 놓더라도 설국의 이미지 다운 작은 배려와 정성이 느껴지니, 이 얼마나 좋아요.

    손님으로 연신 북적이는 크고 유명한 관광지 호텔의 말끔하고 절제된 서비스에서 맛볼 수 없는 푸근한 인정이 이곳 시골의 작은 료칸에는 남아 있어요.

    적어도 그들에겐 우리들 여행이 아주 특별하거든요. 매일의 일상이 아닌거죠.


     

    긴잔온천가의 설경 역시도 자오산의 수빙(樹氷)과 함께 "일본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 10선"에 이름을 올린 걸작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온천가" 라는 수식어에 적극 공감의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곳의 건물은 대부분 방 4-8개 정도의 작은 료칸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스푼의 여행에서도 항상 잠시 들렀다 오는 코스로 소개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다가올 포스크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선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겠어요.

    굳이 모두가 한 숙소만 고집하는 것으로 절호의 찬스를 놓칠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홀가분한 개별여행의 묘미도 함께 가져갈 수 있으니 적극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야마가타에는 큰 산과 바다, 긴 강, 너른 평야가 모두 존재해요.

    그야말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혜를 모두 취하고 있는 풍요로운 땅인거죠.

    게다가 겨울에 쌓인 어마어마한 양의 눈이 여름까지 녹아 내리니 연중 물이 풍부하고 농사가 절로 잘 될수 밖에요.

    그러니 풍족한 여유에서 비롯된 멋진 지역문화가 생겨나고 발전하게 되는거죠.

    인구 약 110만명의 땅에 129개의 온천과 60여개의 양조장, 그것도 대부분 100년 이상의 노포(老舗)들이 주를 이루죠.

    아, 인구대비 100년 이상이 노포가 가장 많은 곳 역시도 야마가타현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3세대 거주율이 가장 높다는 통계가 말해주 듯 가족은 물론 이웃사람, 타인과도 잘 어울려 조화롭게 지내는 푸근한 지역이 야마가타란거잖아요.

    그래서 야마가타 여행에선 항상 사람의 향기가 빠지지 않아요.


     

    부디 올해 아쉽게 지나친 여행들을 새해엔 더 감사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떠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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