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의 추억여행, 프롤로그
春 : 3월 중순 시코쿠 고치현 시만토가와(四万十川)의 유채밭
추억할 일이 많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어쩜 지나고 나면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쏙 빠지고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만 생생히, 그것도 오히려 더 향기롭게 남아서 폴폴 새로운 용기를 위한 자양분으로 뿌려지는지요?
생각해 보면 인간에 대한 조물주의 섭리는 아주 깊고 신비로운 것이어서 미래에 만들어질 그 어떤 뛰어난 AI라도 그런 놀라운 기억의 마법은 흉내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고, 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거듭된 망각의 미학에서 비롯되는 무한 긍정의 향기로 물들여진 초록빛이라 믿고 싶습니다.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그 곳을 쓱싹 지워버리지 말기를 그동안 당부해 왔습니다.
여행의 재미와 즐거움은 새로운 것에서 오는 기대감 못지않게 좋았던 기억을 다시 음미하며 간과했던 지난 순간의 아쉬움을 조금씩 더 채워가며 깊어져 가는 감성의 충만에도 있거든요.
스푼의 여행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이런 여행의 묘미를 누구보다 잘 향유하고 계신 건 너무나 다행한 일입니다.
쉽사리 떠날 수 없는 지금의 간절한 시절을 지내면서 더 없이 그리운 건 몽환적 새벽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빛 바랜 오제습원의 목도와 동화 속 스머프 마을을 연상케 하는 야마가타 설국의 아침이지 걸어보지 않았던 미지의 먼 세계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의 순간 가장 그리운 건 그때 함께 걸었던 여러분과 반겨주었던 착하고 성실한 거기 사람들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쉬운 일상을 반복하듯 넙죽넙죽 떠나온 운 좋았던 여행들이 어느덧 풍성하게 쌓였습니다.
앞으로 한 동안은 그때의 그 여행을 다시 돌아보면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산뜻한 여행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윌리의 스푼에게 여행은 멈출 수 없는 포레스트검프처럼 달려야 하는 운명입니다.
우선 포근한 설국의 따끈한 온천이 기다리는 맛있는 야마가타(山形)의 雪國 풍경을 시작으로 주제별, 계절별, 그리고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뻔한 개요 설명 보다는 윌리 개인의 주관적 감상에 무게를 두어 소개하니 그러려니 하고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게시되는 사진은 윌리가 서툰 솜씨로 지난 10년간 담은 것들이라서 실제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니 나중에 꼭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길 바라며, 사진 개중에는 본인이나 지인이 알아볼 정도의 인물이 포함될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예고 없이 윌리가 어딘가 훌쩍 떠나게 되면 한동안 업데이트가 안될 수도 있으니 윌리의 변덕스럼에 대한 용서를 미리 구합니다.
윌리의 작은 성의가 여러분께 가물가물한 추억의 달콤한 샘물과 따스한 인정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는 봄 즈음에는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夏 : 시마네현 마쓰에시 신지코호수(宍道湖)의 황홀한 일몰. 8월 중순
秋 : 아오모리현 핫코다산 게나시습원(毛無湿原) 10월 초
冬 : 홋카이도 오비히로시 토카치목장(十勝牧場) 설원의 자작나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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