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3, 따끈한 우동 한그릇 생각난다. 우동투어 시코쿠 가가와현~
딱 2년전 오늘(2018,12/16)은 따끈한 우동 국물에 이끌려 시코쿠로 우동여행을 떠난 날입니다.
찬바람이 불면 으레 떠났던 그 여행, 오늘처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면 더욱 구미가 당기게 마련이죠.
저는 우동은 매우 사랑합니다.
사실 윌리에게 우동은 운명적인 애증의 소울푸드라 할수 있습니다.
지금은 한때의 추억으로 피식 웃어 넘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본 고장의 우동을 서울에서 제대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객기로 덜컥 우동집까지 내더니 그야말고 고생문을 활짝 열고 호기있게 전전하던 무모한 헤프닝이 오래전 있었답니다.
우동이 오죽 좋았으면..., 하지만 사람은 잘 하는 것을 해야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안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뻔한 진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저를 정면으로 치받더군요.
지금은 멀지만 가끔은 기꺼이 그 곳에 가서 먹는 우동의 신세계를 즐깁니다.
인구 100만에 우동집 900개가 넘는다는 명실상부 우동왕국 가가와현의 사누키우동은 변화무쌍,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오묘한 끌림의 맛이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특히 맘에 드는 건 내가 좋아하는 고명을 선택해 넣을 수 있는 셀프우동집이 다수를 차지한다는거죠.
게다가 가격은 오죽 착하게요?
수타로 뽑아낸 쫄깃한 면에 멸치 육수에 번지는 은은한 가쓰오부시 향이 일품인 가케우동 대짜 한사발이 고작 300엔 정도니까 우리돈으로 약 3000원 정도 하는거죠.
푸짐하게 꼬치 오뎅과 오동통 삶은 달걀, 살이 제대로 오른 길죽한 오징어 다리 튀김 하나씩 골라 얹어도 5-6천원이면 해결될 그리운 황홀함!
그러니까 맛집 골라 길게 줄 서는 수고로움 감수 하더라도 기꺼이 용서가 되는거죠.
Udon & Walk,
말 그대로 맛있는 우동집 찾아 다니면서 시코쿠의 들판을 걷는 여행이잖아요?
개중엔 소화시키려고 일부러 걷게 하는거 아니냐고 핀잔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랍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거기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도 하고 마을길, 숲속, 들판의 공기를 충분히 호흡하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완전 무장 해제되고 입맛은 온전히 그 곳의 풍토에 동화되서 맛의 거부감이 없어져요.
물론 걷기가 건강에도 좋은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죠.
그리고 우동여행에선 우동만 먹는거냐고, 그래도 일본에 가는데 스시랑 가이세키, 돈카스 같은 것도 먹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쇼핑은 할수 있는거냐고 걱정하는 분들 매번 계셨어요.
어떻게 매끼 우동만 먹겠어요.
오랜만에 맘 먹고 기대했던 여행인데 쇼핑도 하고 다른 맛있는 것들도 먹어야 행복하죠.
사진 고르다 보니 그동안 참 많은 사람과 별의 별 곳을 걸으면서 맛있는 우동집 엄청 다녔네요^^
별 것은 우리의 품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동안 예술섬 나오시마, 쇼도시마, 오기지마, 메기지마, 시코쿠 순례길, 오츠카미술관, 리쓰린공원, 조지나카시마 등 자연은 물론 문화 예술적인 것들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사누키 우동의 즐겼어요.
하지만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에서 이우환미술관, 베넷세하우스에서 쓰쓰지소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연신 오가는 셔틀버스에 순순히 몸을 실어서는 그 섬의 사랑스런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우환미술관에서 바다쪽으로 잔디밭을 걸어 내려와 잔잔한 세토내해 백사장을 오로지 걸어서 베넷세로 가야만, 베넷세 언덕에서 노란호박을 향해 걸어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산중 깊은 호수처럼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낸 남국의 풍취에 젖어 보아야만 나오시마를 제대로 다녀왔다 할 수 있는거잖아요?
바다와 섬은 다 거기서 거기일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깨진 기왓장 하나라도 동네 어귀에서 나뒹구는 것과 경주 고분군 한켠 흙바닥의 것은 의미가 다른거라고.
올리브의 섬 쇼도시마에 간다면 거기에선 우동 말고 소면을 먹어야 해요.
그것도 갓 삶은 수연면을 차가운 물에 잘 씻어 채반에 올려 내온 것을 냉모실 먹는 식으로 갈은 생강과 볶을 깨, 실파를 취향대로 넣어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간장 우동의 원조라는 오가타야(小縣家)에선 무우 잔뜩 갈아 넣고 라임향 살짝 번져야 제맛이죠.
뉘엇뉘엇 해가 저물어 갑니다.
따끈한 우동국물과 온정있는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몹시 그리운 사람의 향기 세노상
시코쿠 오헨로 84번 사찰 야시마지(屋島寺)의 산문에 들어서며
나가타인 카노카(長田in香の香)의 환상적인 면발의 가마아게우동
시코쿠의 우유니, 석양 후의 미토요시(三豊市) 해안가
화사한 오오츠카 미술관의 추억
일본의 지중해, 언제나 따사로운 쇼도시마 올리브공원
날아라~ 요술 빗자루~
150년 5대에 걸친 쇼도시마 야마코루(山六) 간장의 간장 아이스크림
나오시마 노란호박
오기지마 등대의 수선화 길
소박 담백한 우동의 대명사 야마우치우동(山内うどん)
코토히라궁(金刀比羅宮)의 시세이도 카페 카미쓰바키(神椿)
수타 우동의 진검승부, 야마시타우동(山下うどん)
늦은 가을 리쓰린공원(栗林公園)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3번 사찰 곤센지(金泉寺)
그해 12월, 시코쿠 전원마을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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