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4, 인연(因緣) 이야기. 시마네현 그리고 마쓰에
인연이 그리고 추억이 방울방울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홀로 피어나 빼어난 자태를 뽑내는 탐스런 한송이의 외로운 꽃 보다는 비록 작고 옅은 향기라도 무리를 이루어 그윽한 깊이를 더해 벌과 나비가 오랫동안 머물러 놀다 가는 그런 봄날의 흔한 들꽃에 마음이 기웁니다.
떠나지 못해서 더 간절하고 만나지 못하니 애절함은 자꾸 커져만 가는 이 세상!
시마네현에는 "시마네 시간"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좋은 인연에서 비롯된 삶의 여유를 일컷는 말로 자신은 물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듬뿍 담긴 푸근한 언어죠.
어쩌면 공간적인 안식과 위안의 "케렌시아"의 시간적 함축일 수 있겠습니다.
"폐관시간 일몰 후 30분" 인 황홀한 석양의 신지코 호숫가 시마네현립미술관의 이용자를 배려한 감성은 시마네 시간의 대표적인 예 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시마네현에는 카페나 미술관, 정원, 예술공방 등 삶 속의 여유와 관조에 따르는 케렌시아가 유난히 많고 이를 적극 향유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이 거기 사람들에게는 존재합니다.
약속 시간에 살짝 늦더라도 서로 넉넉히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담백한 시마네 사람들.
신화와 인연의 고장으로 알려진 시마네현은 일본의 47개 지자체 중 면적은 19번째로 크지만 인구는 두번째로 적어 인구밀도 43위의 한적한 전원을 품은 해안 도시라서 일본적 기풍의 소도시 여행의 묘미가 솔솔합니다.
매년 음력 10월이면 일본 각지의 신들이 모여 회의를 연다는 이즈모다이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길이 13m, 무게 5톤의 금줄이 걸여 있는데 이는 그들이 염원하고 지켜온 세월의 영겁과 인연에 비례하는 듯 하죠.
사실 시마네현은 가야의 철기문화가 일본열도로 전해진 최초의 지역이며 우리의 신라시대 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이곳 이즈모, 시마네현에도 전해져 오기 때문에 한반도와의 오랜 인연 또한 각별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남해안을 강타한 태풍으로 소실되어 떠내려간 수많은 양식 어구들이 시마네현의 해안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옛 설화의 방증이라 할수 있겠죠.
그리고 이젠 우리에게서 찾기 어려워진 옛 방식으로 철기 다루는 기술이 이곳 이즈모에서는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황홀한 석양의 신지코 호수를 끼고 수로가 발달한 물의 마쓰에는 시마네현의 중심도시입니다.
일찌감치 일본의 고도인 교토, 나라 등과 함께 "국제관광문화도시"로 지정된 전통의 가치와 모던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향기로운 도시로 일본의 3대 미인온천이라는 타마즈쿠리온천과 국보로 지정된 일본의 5개 성 중 하나인 마쓰에성을 품고 있죠.
이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하루쯤 마쓰에 도심의 호숫가 신지코온천에 머물러 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400년 고성 마쓰에성 천수각에 올라 마쓰에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 한 후 오테마에 선착장에서 성곽을 감싸고 도는 해자 유람 뱃놀이를 즐긴 후 후레아이 광장에 내려 시오미나와테 거리를 걸어서 고이즈미 야쿠모 기념관과 무사의 저택을 감상하며 마쓰에 역사관으로 갑니다. 단아하고 고풍스럽게 자리잡은 이곳에서 마쓰에의 역사물을 효과적으로 둘러본 후 일본 말차와 와가시를 맛보면서 향기롭고 달콤한 마쓰에의 풍취에 젖어 보는거죠.
다시 발길을 옮겨 가라코로 공방, 교미세, 차마치의 앙증맞은 소품과 커피 등을 탐닉한 후 신지코 오하시를 건너 시마네현립미술관으로 가던가 신지코온천 숙소에 일찍 들어 온천욕 후 릴렉스, 그리고 나서 일몰 시간에 맞춰 오메가시마 넘어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거예요.
물론 주요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연결한 관광셔틀 레이크라인 버스도 있으니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되겠죠.
이른 새벽녘 호수에 뜬 시지미(재첩) 잡이 작은 배들의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신지코온천에 머무는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신지코온천역에서는 이즈모다이샤까지 이찌바타 전철로 한번에 갈수 있으니 시간 활용에 유리하고 편리해요"
마쓰에를 포함한 가나자와, 다카마쓰 등의 지방 도시는 대도시와는 다른 편안함과 소도시에 걸맞는 여행의 편의와 거니는 거리의 즐거움을 갖추고 있어 좋아요.
시마네현 첫 여행의 인상은 마치 여러번 다녀온 듯 친숙한 매우 편안한 푸근함이었어요.
첫 여행의 안내로 나온 현청의 A씨는 "술 좋아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헤엄칠 만큼 좋아한다"고 해학적인 솔직함으로 답했죠.
아홉가지의 와인을 큰 보울에 담아 두어 국자로 퍼서 마음껏 시음할 수 있게 배려한 시마네와이너리의 화끈하고 넉넉한 스케일 역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달리는 차창으로 지나가는 낯설지만 왠지 친근한 그 풍경 속에 "다음엔 가족과 지인들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 마음 먹은 것이 벌써 15년전, 이후 가족은 물론 가까운 지인들은 모두 이곳에 다녀와야 하는 기분좋은 운명에 놓이게 되었죠.
그리고 놀라운 건 그때의 그 인연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사실,
또 더 놀라운 건 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인연이 속속 생겨나고 역시나 좋은 관계의 지속이라는 거죠.
인연의 고장, 팔백만 신들의 마법은 좋은 인연을 더욱 공고히 하는 특별한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아래는 위에서 언급했거나 지나친 특별한 몇 곳 추려 보았습니다.
빨간 비행기 타고 빨리 이곳으로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쓰에 역사관의 말차와 와가시(和菓子)
일본 소도시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시오미나와테 거리
400년전 모습 그대로, 국보 마쓰에성
교하시와 해자와 연한 아름다운 마쓰에 거리
시마네현립미술관 앞 12마리 토끼 중 두번째 토끼에게 재첩을 주고 서쪽을 향해 쓰다듬어 주면 행운이 온단다.
신지코호수의 요메가시마 일몰
한설에 피어나는 寒모란, 모란정원 유시엔(由志園)에서는 연중 화사하고 탐스런 모란을 감상할 수 있다.
설경과 신록의 유시엔정원
액자정원으로도 불리우는 일반적인 일본의 정원과는 딜리 유시엔 정원은 거니는 멋과 즐거움이 각별하다.
모란을 응축해 표현한 유시엔의 건강식단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알려진 아다치미술관 정원의 겨울과 여름
아다치미술관의 茶庭으로 들어가는 外園
시마네현 슬로라이프의 대명사 군겐도와 마쓰바토미씨 가족
군겐도 추억과 습작의 교실
꼭 걸어 보아야 할 세계유산 거리, 이와미긴잔 오모리
세계유산 이와미긴잔의 라칸지(羅漢寺)
오쿠이즈모 이난(飯南町) 아카나(赤名) 습지의 편백숲
일본 74대 총리를 지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의 친가에서 운영하는 사케 양조장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비경이 계곡 오니노시타부루이(鬼の舌震)
길이 13m 무게 5톤의 금줄이 걸려있는 이즈모다이샤의 카구라텐(神楽殿). 매년 음력 10월이면 회의를 위해 일본의 모든 신들이 모인다
신들의 공간으로 걸어가는 숲길, 이즈모워킹
이즈모시에서는 외국인 단체 여행객을 위한 전통 예능 공연을 무료로 선사한다.
1867년 창업, 삼나무통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120년 간장 야마모쇼유(ヤマモ醬油)
아시아 유일의 퀼트 작품 상설 전시관, 이즈모 퀼트 미술관
이즈모 퀼트 미술관의 아주 특별한 점심식사
미호노세키 미호신사 앞의 옛 거리, 아오이시타다미토오리(青石畳通り)
시마네현 여행에서 꼭 맛 보아야할 명물, 이즈모소바(出雲そば). 소바를 껍질채 갈은 반죽으로 면을 뽑아 씹을수록 고소하다
소비 인구에 비해 어획량이 많고 어종이 풍부해 희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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