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이 기 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 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 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항상 기대하고 기다려 온 봄날인데...마음이 선뜻 앞서지 못함은 왜 일까요?
매년 꽃 때에 맞추어 여행을 기획하는데 올해는 눈치 없이 일찍 와서는 너스레를 떱니다.
꽃 때 맞추기 참 어려워요^^
맞추기 어려운 꽃 때이니 언제 어딘가에서 그들이 손짓 해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까이 꽃 그늘에 앉아보세요.
일찍 찾아온 봄이라서 떠나는 길도 서두를까 걱정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아주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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