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참 좋습니다.

날씨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이틀이고 사흘이고 발이 꽁꽁 묶이고 마는 악명높은, 하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울릉도의 청명한 봄날을 실컷 누리고 돌아온 것이 벌써 한해 전의 일입니다.
울릉도 지리에 밝은 여행 도반과 닷새간 밤낮으로 울릉도의 곳곳을 샅샅이 훑었는데 인적 끊긴 나리분지의 밤 고요한 원시림 숲을 타박타박 한동안 걸어 들어가 어느 깊숙한 평지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더니 그 여백으로 촘촘히 별빛이 반짝이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별똥별이 폭죽처럼 터져나며 재회의 순간을 축복했던 그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독도, 죽도, 관음도, 울릉천국, 대풍감 등, 울릉도 여행엔 수려한 풍경의 매력 요소가 넘쳐나지만 저에게 울릉도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는 나리분지에 있습니다.
꼭 성인봉에 오르지 않더라도 투막집 구경하러 일부러 가지 않더라도 도란도란 속삭이며 온전한 원시림 숲속을 편안히 걸을 수 있는 알봉 둘레길과 나리분지는 물론 평리마을, 송곳봉, 코끼리바위, 천부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깃대봉은 꼭 올라 보아야만 합니다.
나리분지의 숲은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수종과 야생화가 다양하고 너도밤나무가 자생하는 국내 유일의 지역이며 5월 중순이라면 선갈퀴하얀꽃, 윤판나물아제비, 큰두루미꽃 등이 만개하며 마가목 꽃이 솜사탕처럼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을 것이고 맛 좋고 인심 좋은 울릉도 산채요리 전문집도 있으니 삼나물과 명이, 산채전에 막걸리 한잔 곁들여도 좋겠습니다.

봄기운이 활짝 피어나는 5월의 어느 날 떠날 울릉도 여행을 기획하자니 고심할수록 기대와 욕심은 자꾸만 넘쳐나는데 어쩔 수 없는 뻔한 선택처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커져만 갑니다.

울릉도로 가는 배편은 강릉, 동해, 울진 후포, 포항에서 출발하는데 포항에서 자정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하는 크루즈선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3시간 남짓 걸리는 쾌속선입니다.
각 지역마다 접근의 편의성에 차이가 있으나 중요한 건 결항율이라 생각하는데 크루즈선은 2만톤급의 선박이라서 어지간한 일기와 바람에도 운항이 가능해 결항율이 낮은 반면 6시간 항해로 시간이 길고, 수용인원에 따른 선실을 선택하면서 비용의 편차가 크며, 나머지는 빠르게 울릉도에 도착하고 비용이 경제적이인 이점이 있으나 결항율과 흔들림이 높다는 것이죠.

울릉도는 인구 1만명 정도의 작은 섬이지만 년간 하루 평균 1만명의 여행객이 체류하는 인구 과밀지역입니다. 실제로 배가 드나드는 도동이나 저동 거리는 평일에도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로 넘쳐나 오히려 서울 명동거리 보다 더 북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페리터미널 인근과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숙소는 단체여행객들로 넘쳐나 스푼 여행의 선택지로는 적합치 않아 상대적으로 한적한 북쪽 마을을 선택하고 싶은데 여러 편의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일정은 독도 여행을 원하시는 분들의 시간에 맞추어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고심을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아이슬란도로 떠나야할 순간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만들어본 포항 출도착 일정표 보시고 5월 울릉도 여행에 관심있는 분들 의견주세요.

저는 잠시 얼음의 땅으로 겨울에 못한 설국여행 떠났다가 열흘 후 여러분의 봄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